살아가는 동안 슬프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슬픔이 지극히 건전하고 정상적인 감정이라고 해도 눈앞에 닥친 슬픔과 불행에 매달리다 보면 제 발로 파멸의 길에 들어선다. 자기 연민에 빠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그리고 자기 연민의 늪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은 그 늪 안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이것의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 연민은 쉽게 사람을 집어삼킨다. 자기가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느 내 통제에서 벗어난 무엇인가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 것이다. '난 어쩔 수 없어', '최선을 다했지만 내 불행이 예정되어 있었어', '나는 불운했어', '나는 남들보다 문제가 많이 닥쳐', '저 사람은 타고난 복이 많아서 인생을 쉽게 살아', '세상은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을 안겨주는 걸까'
문제는 이런 자기 연민에 빠져있는 사람은 자기의 행동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력함에 쉽게 빠지고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명확히 보기 어려워하며 자기 행동에 책임지지도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자기 연민으로 시간만 축낸다. 행동에 나서거나 앞으로 나아가는 대신, 현재 상황이 얼마나 끔찍한지, 과거에도 자기에게만 이런 시련들이 닥친다고 불평하고 과장하면서 그 상황을 벗어날 방법이 자기에게 없다고 합리화를 한다.
또 자기 연민에 빠지는 사람 중에는 타인의 동정과 관심을 끌기위해 자기 연민을 연기한다. '나는 이만큼 불쌍한 사람이야'라고 떠들면 적어도 처음에는 다른 사람에게 다정하고 친절한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내면에는 이렇게 불행한 자기를 위하여 도움을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그들을 도울 수는 있어도 그들 스스로가 자기 연민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않는 이상 그 도움은 그들의 자기 연민을 단단히 만들기도 한다.
가끔 자기 연민에 빠진 사람들이 만나면 '불행 경쟁'을 펼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대화를 하며 나는 이정도까지 불행한 적이 있다고, 끔찍한 경험을 서로 경쟁하듯이 털어놓는 것이다. 여기서 승리를 한다고 만족감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저 나만큼 불행한 사람은 없다는 생각을 강화시켜 줄 뿐이다.
자기 연민은 다음과 같이 삶을 파괴한다.
1.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자기 연민은 정신적 에너지를 엄청나게 소모하지만 삶이 방향을 전혀 바꾸지 못한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써야할 에너지가 문제에 대해 푸념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나를 불쌍하게 여긴다고 내 앞에 닥친 문제가 사라지거나 해결되지는 않는다.(심지어 푸념과 자기 연민을 하면서 주변 사람이 해결해 주길 바라고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2. 부정적 감정이 커진다.
자기 연민에 지배당하게 되면 그 밖의 부정적 감정까지 폭풍처럼 휘몰아칠 것이다. 분노와 원망, 고독과 함께 비관적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많아진다.
3. 불길한 생각이 현실이 된다.
'입술이 나를 증거한다'라는 말이 있듯, 부정적이고 불길한 생각은 행동을 제약하고 낭비된 시간만큼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실패를 불러온다. 그리고 그런 생각 속에 자기 연민에 빠진 사람은 '거봐, 역시 그렇잖아' 하면서 부정적 생각과 자기 연민을 더 크게 만든다.
4. 다른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다.
자기 연민에 빠지면 슬픔과 비애, 자책과 자기 비하, 분노와 짜증을 다스리지 못하고 그 감정들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그 감정에 기대어 행동한다.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상황을 회피하거나 도피하려고만 하기 때문에 마음을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5. 삶의 행복을 놓친다.
만약 자기 연민에 빠진 사람에게 하루에 다섯 가지 행복한 일과 한 가지 불행한 일이 일어났을 경우, 그는 불행한 일 한 가지에만 집중해서 하루를 망친다. 이렇듯 자기 연민은 삶에서 겪는 수많은 행복을 놓치고 자기 인생이 불행하다고 기억하게 한다.
6. 인간관계를 망친다.
스스로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성격이 남에게 호감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는 자기가 불행하다고 자학하는 사람이 정말 마음에 들어'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들은 자기가 얼마나 불행한지 떠들고 다니는 사람에게 금방 질려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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